
수영 강습 등록을 마치고 나면 “좋은 장비를 사면 더 잘 배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영을 배워보니, 장비가 실력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장비 때문에 강습에 집중을 못하는 상황이 더 문제였습니다. 초보자에게 진짜 필요한 건 비싼 장비가 아니라, 불편함 없이 강습에 집중하게 해주는 장비였습니다.
수경 선택, 초보자에게 맞는 수경이란
일반적으로 “중급 이상은 노패킹 수경을 써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넓은 시야와 유체역학적 저항 감소, 즉 물속에서 받는 마찰 저항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초보 단계에서는 이게 오히려 독이 됩니다.
노패킹 수경은 얼굴에 딱 맞지 않으면 물이 쉽게 스며듭니다. 강습 중에 수경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영법, 즉 수영 동작 자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 디자인만 보고 수경을 샀다가, 결국 물이 계속 들어와서 다시 구매하는 수고를 겪었습니다.
패킹 수경은 눈 주변에 실리콘 쿠션이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착용감이 편하고 물이 거의 새지 않습니다. 강습에 막 들어선 초보자라면 패킹 수경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저는 지금도 패킹 수경을 씁니다. 착용감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노패킹으로 넘어갈지는 초급을 거친 뒤 본인이 판단하면 충분합니다.
렌즈 종류는 실내 수영장 기준으로 클리어 렌즈를 추천합니다. 클리어 렌즈란 색상 처리 없이 투명하게 제작된 렌즈로, 실내 조명 아래에서 시야가 밝고 선명합니다. 강사의 시범 동작을 눈으로 따라가야 하는 초보 강습에서, 어두운 렌즈는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미러 렌즈는 야외나 바다 수영을 시작할 때 별도로 구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안티포그(Anti-fog)를 선택 사항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안티포그란 수경 내부에 습기가 차는 현상, 즉 포깅을 방지하는 코팅제 또는 스프레이입니다. 새 수경에는 자체 코팅이 어느 정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집니다. 강습 도중 수경이 뿌옇게 흐려진 상태에서 수업을 들어보면 얼마나 불편한지 바로 알게 됩니다. 이건 경험해보고 나서야 중요성을 깨닫는 항목입니다.
수모와 수영복, 무슨 기준으로 고를까
| 수모 종류 | 추천도 | 특징 |
|---|---|---|
| 실리콘 | ★★★★★ | 내구성 좋고 오래 사용, 방수기능o |
| 메쉬 | ★★★☆☆ | 통풍이 잘되고 착용이 편함 방수기능x 내구성 낮음 |
| 코팅메쉬 | ★★★★☆ | 착용감과 내구성의 중간 |
수모는 소재에 따라 크게 메쉬 수모와 실리콘 수모, 코팅 메쉬로 나뉩니다. 메쉬 수모란 그물망 구조로 짜인 소재로 통풍이 좋고 착용이 편하지만 내구성이 낮고 방수 기능이 없습니다. 반면 실리콘 수모는 방수 기능이 있고 내구성이 높습니다. 코팅메쉬는 메쉬(천) 소재 위에 실리콘이나 우레탄을 코팅한 수모로, 메쉬의 편안함과 실리콘의 방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수모는 전부 제가 직접 써봤는데, 장기간 사용 면에서는 실리콘 수모가 훨씬 유리했습니다. 실리콘 수모를 추천하지만 체온이 높거나 땀이 많은 사람이시라면 메쉬 수모가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실리콘수모가 방수기능이 있어서 땀 배출과 열 배출이 되지않아 머리가 더 답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영복은 남성의 경우, 5부 수영복과 숏사각, 삼각 중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에 몸매에 자신이 있었지만 어쩐지 노출이 부담스러워서 5부 수영복으로 시작했습니다. 5부 수영복은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형태로 가장 편안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강습장에 가보면 초보 강습생의 대부분이 5부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급으로 넘어가면서 5부의 단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영 저항(Drag), 즉 물속에서 몸이 받는 마찰 저항이 커서 발차기 동작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오래 쓰면 천이 늘어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숏사각으로 바꿨습니다. 허벅지 쪽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처음부터 사각 수영복으로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여성의 경우 원피스 수영복이 일반적이며, 컷 높이에 따라 로우컷, 미들컷, 하이컷으로 구분됩니다. 미들컷은 노출과 활동성 사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선택으로, 강습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형태입니다.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로우컷 또는 5부 형태의 래시가드 세트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귀마개 분실 걱정 없는 대처법과 흡수력 좋은 습식 타월
귀마개는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항목입니다. 저도 초보 시절 귀마개를 사용했습니다. 귀에 물이 들어오는 게 불편해서였는데, 쓰는 동안은 분명 편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분실이었습니다. 수영강습 도중 귀에서 빠져서 분실하거나 수영이 끝나고 샤워장에서 샤워할 때 분실하는 경우 많습니다. 저도 초급에서는 귀마개를 하였지만 3번이나 분실한 뒤로는 귀마개 없이 수영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귀에 고인 물을 빼는 게 꽤 번거로웠습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물 빼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오히려 귀마개를 할때보다 강사의 목소리가 더 잘 들려서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 물을 빼는 팁을 소개해 드리면, 물이 들어간 귀를 어깨쪽으로 고개를 기울여서 제자리 점프를 하는겁니다. 이때 손으로 귓바퀴를 뒤쪽 위로 잡아당기면 훨씬 더 잘 빠집니다. 귀에 물이 들어오는게 싫으신 분들은 수경 스트랩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귀마개 제품이 있습니다. 이 방식이라면 분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수경을 구입할 때 귀마개를 사은품으로 동봉하는 경우도 있으니, 장비를 살 때 패키지 구성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수건은 처음에는 집에 있는 일반 수건으로 시작했는데, 매번 가방이 젖고 빨래가 쌓이는 게 은근히 번거로웠습니다. 특히 자취를 하던 시절에는 빨래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면 수건보다 흡수력이 뛰어나고 휴대하기 좋은 습식 타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외에도 바다수영,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있어서 저와 같이 일주일에 3~4회 이상 수영 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습식 타월로 사용하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미즈노브랜드의 습식 타월을 사용중인데 이외에도 아레나, 스피도, 쎄미라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가격은 2~3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으니 취향에 맞게 구매하시면 됩니다.
잊지 말아야 할 수영장 에티켓과 최종 준비물
수영강습을 받으러 가게 된다면 수영장 입구마다 수영 전 샤워라고 붙여져 있고 방송으로도 “수영장 입장 시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고 입장하시길 바랍니다”라고 공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백 명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샤워장에 가서 깨끗이 씻고 입장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가끔 탈의실에서 수영복과 수모를 전부 다 입고 샤워장으로 가서 몸만 젖시고 들어가시는분들, 그냥 바로 수영장으로 들어가시는분들 다양한 분들이 계시는데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겠습니다.
초보자가 처음 준비할 수영 용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준비물 | 선정 기준 | 필수 여부 | 평균 가격 |
|---|---|---|---|
| 패킹 수경 (클리어 렌즈) | 착용감과 밀퍠성 우선 | ★★★★★ | 2~5만 원 |
| 실리콘 수모 | 방수 기능과 내구성 고려 | ★★★★★ | 8천~1.5만 원 |
| 수영복 | 남성은 5부 또는 숏사격 여성은 미들컷 또는 로우컷 | ★★★★★ | 4~10만 원 |
| 안티포그 스프레이 | 수경 관리 필수품 | ★★★★☆ | 8천~1.5만 원 |
| 습식타월 | 물기제거와 휴대성 | ★★★★☆ | 1~3만 원 |
| 귀마개 | 수경스트랩 사용 여부확인 | ★★★★☆ | 5천~1만원 |
| 샤워용품과 샤워바구니 | 집에 있는 샤워용품으로 대체 가능 | ★★★☆☆ | 1~2만 원 |
결국 수영 초보자에게 필요한 건 비싼 장비가 아닙니다. 불편함 없이 강습에 집중할 수 있는 장비가 전부입니다. 좋은 장비를 사놓고 한 달 만에 그만두는 것보다, 기본 장비로 꾸준히 수영장에 발을 들이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실력을 늘려준 건 장비가 아니라 수영장에 계속 나간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기본만 갖추고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머지는 수영을 배우면서 하나씩 채워가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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